저는 삼성에서 7년간 재직하면서 최하위 고과를 두 번 받았습니다.
최상! 아닙니다.
최하! 입니다.

삼성 출신들은 알겁니다.
과차장급(책임급)에서 7년간 최하위 고과 두 번이나 받은 것이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보다 일을 잘 한 건 아닌가봐...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고과 라는 것이 꼭 업무를 잘 하는 퍼포먼스만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만,
상사와의 관계,
후배 사원들에 대한 업무 지시, 컨트롤,
이런 모든 부분이 다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딱 집어서 뭐가 부족했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밖에서 보기엔
제가 개인적으로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삼성화재에서 흔치 않은 미국보험계리사(ASA) 자격증도 가지고 있고,
사내대학에서 사내교수로 프로그래밍을 전담교육할만큼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업무 자동화 레벨이 최상위에 있었음에도,
이렇게 고과를 두 번이나 최하위 맞았다고 하니까 지인들은 좀 놀라기는 하더군요.
저도 사실 두 번 맞았을 때는 그리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처음 맞앚을때도 좀 당황스러웠는데,
일 한참 잘 하고 있을 때 또 맞고 나니...
음, 계속 다니라는 건가...?
이런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습니다.
인사 고과는 왜 존재하는 걸까요?
저는 스타트업을 만들고 워낙 바쁘게 회사를 키우고 있는 중이어서 아직은 그 부분을 염두에 둔 적도 없긴 합니다.
그런데 창업 후 스타트업 씬에 들어와서 둘러보니,
(직원입장에서) 삼성 때 보다도 더 쎄게 인사고과를 돌리는 몇 몇 회사를 보고서 놀라기는 했습니다.
저기는 최상위급 레벨들만 간다고 하더니 저래도 되나 보다 싶기도 했습니다.
삼성화재는 직원 수만 해도 6천명이 넘어서니 모두 다 잘 해줄 수는 없으니까
불가피하게 고과라는 제도를 둔 것으로 저는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인사 고과는, 아니 인사제도 라는 것 자체가
행복한 드라마처럼 밝게 이어지다가 결국 슬픔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삼성에서 사장을 하더라도 결국 그 자리는 내려와야 하니까요
매해 12월마다 삼성에서 계약 종료된 임원들께서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떠나는 뒷모습이 그리 슬플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돌아보면 주관이 너무 뚜렷하기는 했습니다.
7년간 다닌 삼성화재 시절 중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같이 먹은 비율은 20~30%도 안될 것 같습니다.
늘 점심시간에 운동한다, 개인적인 일한다 하면서 혼자 자주 보내기도 했습니다.
제가 삼성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2012년~2019년을 떠올려보면
요즘과는 또 다르게 좀 많이 어울리고 회식도 많고 이야기도 많이 할 때 였습니다.
회식도 가급적이면 그리 많이 참가하지는 않기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상사와의 그런 관계성을 일반적인 책임급 레벨 사람들보다는 많이 못한 편이기는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놓고 ...
저는 그리 안 이뻐해주셔도 괜찮아요
이렇게 말하고 다닌것 같습니다.
오늘 글을 쓰게 된 것도
달력을 보다 보니 어느새 1월이 다 끝나가고 있고, 곧 설날이 다가 오고
삼성에서는 생각해보니 1월말에 고과에 연동된 성과급이 1년에 한 번 나오던 시절도 생각나서 였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저 뿐만 아니라 주위 모두들 인사 고과 최상위 몇개 받았냐 이런거 줄줄 외우고
또 그거 몇개이냐에 따라서 승진이 되냐 마냐 참 늘 스트레스 받았던 것 같습니다.
회사 그만둔 지 한 2년 지나니까 이제는 정말 아무 기억도 안나고
그때 무슨 이유로 최하위 고과 받은 것 같은데 사실 그것 조차 기억도 안 날 정도입니다.
직장생활 하면서 이런 저런 험담하는 것도 하나의 낙이고, 회사 욕하는 것도 하나의 낙이었긴 합니다.
저도 최하위 고과 받고 열 받아서 '회사 그만 둘까?' 말했을때,
붙잡아준 후배처럼 (개인적으로 엄청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지나간 그 시간에 너무 연연하지 마시고
다들 좀 더 밝고 창대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