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16년 5월 20일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이유 중에 한 가지는
2016년 3월에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시합이었습니다.

제가 알파고 사태 이후에 여러가지 기사와 영상들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들은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AI는 함수를 적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자세히 말해 보자면,
우리는 중학교때 이런 것 배웠습니다.
y = f(x)
y = 2 * x + 1
x 에 1을 넣으면 , 2 * 1 + 1 = 3 이 됩니다.
이게 함수 입니다.
제가 군복무 대신에 프로그래머를 하면서 배운 경험은 있어서 프로그램 코딩의 기본은 조금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은 이와 같은 함수의 논리였습니다.
어떻게 함수를 잘 짜고 , 입력값 x를 어떻게 처리를 잘 해서,
효율적으로 y 를 뽑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알파고 사태 이후에 좀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미 알파고를 만든 사람들(딥 마인드) 조차 알파고의 다음 수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기계가 학습을 하니까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야?
라고 접근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전까지는 이런 것을 저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이었을까요?
프로그래밍 관점에서는 이미 이 기계는 프로그래머가 짜준 y = f(x) 라는 값을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알파고는 KGS GO라는 온라인 바둑 사이트의 기보 16만개를 5주동안 학습하는 1차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은 위의 y = f(x) 와 비슷합니다. 지도학습이라고 합니다.
다만 역시 기보를 하나하나 입력한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스캔해서 16만개 기보의 다음 수(착수)를 배웠습니다.
그 이후부터, 3,000만번의 자가 대련을 한 것입니다.
위 과정을 강화학습이라고 합니다.
이 3,000만번의 강화학습을 하면서 우리 범인들이 하는 계산 방식이 아닌 최적치를 찾는 과정을 들어가는 것입니다.
더 이상 이야기 하면 딥러닝, 몬테카를로 등이 나오기 때문에 너무 복잡해져서 알파고 이야기는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결론은, 알파고는 이렇게 해서 자기가 혼자 다음 수를 찾는 그 과정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단순 코딩만 알던 저는 y = f(x)가 전부인지 알았는데 그 이상의 세계가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재직하던 삼성화재의 직원수가 약 6,000명 되었습니다.
제가 미국보험계리사(ASA)라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데, 그 당시 계리사는 약 150명 되었습니다.
계리사가 크게 하는 일 중 하나가 보험료를 만드는 것입니다.
보험료라는 것이 y = f(x) 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인구 5,200만명 중에서 1년에 암 걸리는 사람이 21만명이다.'라고 데이터가 있으면
1년내 암이 걸릴 확률은 ' 21만/5200만' 이런 식으로 확률을 계산하고 여기에 고객이 낼 보험료를 뽑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자만했던 것은,
사실 삼성화재가 아무리 망하고 쪼그라들어도, 대기업이 인원을 감축해도,
6,000명 직원 중에 계리사 같은 특수 자격증이 있는 150명의 사람들은 끝까지 살아 남을 줄 알았습니다.
근데 알파고를 보고 나니까 생각이 뒤집혔습니다.
저런 기술과 도구가 있으면 150명의 계리사가 제일 먼저 집에 가겠구나.
왜냐하면 저희 계리사들은 y = f(x) 를 계산하기 위해서 엑셀, 아주 원초적인 계산도구를 쓰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삼성화재의 장기보험(건강보험으로 이해하시면 비슷합니다)
이 장기보험의 보험료를 산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만든 프로그램은 알파고와 비교하면 너무 초라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 프로그램을 만든 장본인이어서 더욱 다가올 파도를 심각하게 느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 계리사들이 저 기술이 도입되었을 때 가장 먼저 짤리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알파고가 세상에 나온지 약 6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6년간 여러 분야에서 AI가 적용되고 응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있는 보험 분야에서도 AI를 쓰려는 다각도의 노력이 있습니다.
AI의 핵심은 충분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꾸준히 자가학습을 통해서 최적의 시뮬레이션을 스스로 할 수 있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역시 제가 있는 보험업에서도 AI가 가장 필요하고 적용되어야 할 것은 '보험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여러가지 복잡한 이유(규정) 때문에
한 사람의 보험료를 판단하는 기준이 크게 두 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성별, 연령'
쉽게 말해서,
삼성화재의 보험상품이 엄청 많은 것 같지만,
서울 홍제동에 사는 40세 홍길동씨(남성)과
제주 서귀포에 사는 40세 임꺽정씨(남성)의 암 보험료는 동일합니다.
이 두분이 어느 환경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 차를 얼마나 타고, 평소에 어떤 음식을 자주 먹는지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냥 남자와 40세라는 이유때문에 보험료가 다를수가 없습니다. 동일합니다!
제가 창업하면서 AI를 가장 적용하고 싶은 지점도 여기 였습니다.
AI의 학습과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그 사람에게 딱 맞는 보험료를 넘치지도 않게 부족하지도 않게 제시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것을 구현하려고 하니 보험회사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제가 보험회사를 설립해야 제가 원하는 구상에 맞는 AI를 적용하고, 그런 보험료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아직은 위의 구상에 맞는 AI와 AI를 적용한 보험료를 산출하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데이터도 부족하고, 보험업과 관련된 규정상 현실적으로 해결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창업 후 여러 데이터를 쌓는 준비를 하고 있고,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을 해야 결국 결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기대하면서 하나씩 만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