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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국보험계리사(ASA) & 보험설계사 권상민입니다.
교통사고 뒤 치료가 길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보험사로부터 소장이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이름은 채무부존재확인소송입니다.
처음 받으면 당황스럽습니다. «내가 청구한 것도 아닌데 왜 보험사가 먼저 소송을 거나?», «그러면 내가 뭘 증명해야 하나?»
오늘은 이 물음을 대법원 판결로 읽어 보겠습니다. 보험사가 먼저 소송을 걸 수 있는지, 그 소송에서 증명은 누가 하는지, 그리고 그 소송이 내 권리의 시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입니다.
저는 판례와 약관을 읽어 드리는 보험설계사이고, 손해사정사나 변호사가 아닙니다. 그래서 소송 대응 방법이나 보상액은 다루지 않습니다.
📌 오늘 볼 것
보통의 소송은 받을 사람이 «돈을 달라»고 청구합니다. 이를 이행의 소라고 합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줄 사람이 «내가 줄 채무가 없다(또는 이만큼뿐이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고 법원에 구하는 소송이고, 법률 용어로는 소극적 확인의 소라고 부릅니다.
| 구분 | 누가 원고인가 | 법원에 구하는 것 |
|---|---|---|
| 이행의 소 | 받을 사람(피해자) | 돈을 지급하라 |
|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 줄 사람(보험사 등) | 채무가 없음(또는 일정 범위뿐임)을 확인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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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6. 17. 선고 2018다257958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물음을 다뤘습니다.
다수의견은 확인의 소에는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그 이익은 원고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확인판결이 그것을 없애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된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보험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상 채무의 존부나 범위에 다툼이 있는 경우, 보험회사는 그 법적 불안을 없애기 위해 먼저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소극적 확인의 소를 제기할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세 명의 반대의견도 있었습니다. 확인의 이익을 판단할 때 소극적 확인의 소가 채권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다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소장을 받은 쪽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원고가 보험사니, 피고인 내가 방어만 하면 되나? 아니면 내가 다 증명해야 하나?»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45259 판결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금전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있어서는, 채무자인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원인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입증책임을 부담한다.
소송의 원고·피고 자리가 바뀌어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쪽은 여전히 권리를 주장하는 쪽이라는 뜻입니다.
교통사고 손해배상이라면, 치료가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고 필요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리에 피해자가 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 소송 | 원고 | 피고 | 권리 요건사실의 증명 |
|---|---|---|---|
| 손해배상 청구(이행의 소) | 피해자 | 가해자·보험사 | 피해자 |
| 채무부존재확인 | 보험사 | 피해자 | 피해자(97다45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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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법원은 «치료가 필요했나»를 무엇으로 볼까요. 앞선 글에서 본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다41574 판결은, 손해배상으로 인정되는 치료비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묶이지 않고 상해의 부위·정도, 치료 내용·횟수, 의료 일반의 수준 등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소송에서는 이런 판단을 위해 신체감정이 쓰입니다.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73 판결은 치료 종결 뒤 개호가 필요한지와 그 정도의 판단 방법, 그리고 신체감정촉탁에 의한 감정 결과가 갖는 증명력을 판시사항으로 다뤘습니다.
결국 긴 치료가 다툼이 되면, 판단의 재료는 진료기록과 감정 결과라는 뜻입니다.
소장을 받은 뒤에 새로 만드는 설명보다, 치료받는 동안 그때그때 남은 기록이 더 무거운 까닭입니다.
2018다257958 판결의 다수의견이 확인의 이익을 인정한 전제는 채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다툼이었습니다.
그러니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법원이 피해자의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권리가 있는지, 얼마인지를 법원에서 가려 보자는 절차가 시작되었다는 뜻입니다.
판단은 앞에서 본 것처럼 증명책임의 자리와 진료기록·감정 결과에서 이루어집니다.
판례는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습니다. 내 사건이 어느 자리에 해당하는지는 변호사와 따로 짚어 보셔야 합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받은 피해자가 같은 소송 안에서 «오히려 돈을 달라»는 반소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보험사의 확인 소송은 더 필요 없어질까요.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2428 판결은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적법하게 제기된 본소가 그 뒤 상대방의 반소 때문에 다시 부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손해배상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한 본소에 대해 그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반소가 제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본소의 확인의 이익이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그 까닭으로 민사소송법 제271조를 들었습니다. 본소가 취하되면 피고는 원고의 동의 없이 반소를 취하할 수 있어서, 원고가 반소를 이유로 본소를 취하하면 원고가 추구한 판결의 효력을 얻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상황 | 판결의 판단 |
|---|---|
| 부존재확인 본소 뒤에 이행 반소 제기 | 본소의 확인의 이익 소멸 안 함 (2010다2428) |
| 본소 취하 | 피고는 원고 동의 없이 반소 취하 가능 (민사소송법 제271조) |
긴 소송 동안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가 걱정될 수 있습니다. 내가 청구한 소송이 아니라 소송을 당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7861 판결은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의 청구»를 이렇게 풀었습니다. 보통은 권리자가 원고로서 소를 제기하는 경우를 말하지만, 반대로 시효를 주장하는 사람이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한 데 대해 피고로서 응소해 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5632 판결도 보험금지급청구권 부존재확인 사건에서 같은 법리를 판시사항으로 적었습니다.
| 판결 | 무엇을 봤나 | 판단 |
|---|---|---|
| 92다47861 | 피고로서 응소해 권리 주장 | 받아들여지면 재판상 청구에 포함 |
| 2005다25632 | 보험금지급청구권 부존재확인 사건 | 같은 법리 |
다만 두 판결 모두 조건을 붙였습니다.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입니다. 소송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시간이 멈춘다고 읽으면 판결을 넘어선 것입니다.
시간에 관한 판단도 결국 소송 안에서 무엇을 주장했는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이 언제나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다255588 판결은 반대 방향의 사건입니다.
보험계약자가 자기 명의로 이루어진 보험계약대출이 동생이 권한 없이 명의를 도용해 받은 것이어서 무효라며 대출금 채무부존재확인을 구했습니다.
법원은 약관에 따른 보험계약대출금은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의 선급금 성격이고, 그 대출계약은 별개의 독립된 소비대차계약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대출금 채무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불안·위험을 없애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거나 분쟁의 종국적 해결 방법이 아니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판결 | 누가 무엇의 부존재확인을 구했나 | 확인의 이익 |
|---|---|---|
| 2018다257958 | 보험회사 · 보험계약상 채무 | 있음 |
| 2024다255588 | 보험계약자 · 약관대출금 채무 | 없음 |
앞에서 본 «재판상의 청구»에는 조문이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민법 제170조 제1항은 재판상의 청구가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제2항은 그 경우라도 6개월 안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면 시효는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중단된 것으로 본다고 정했습니다.
응소해 권리를 주장한 경우에 시효중단을 인정한 92다47861 판결이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라는 조건을 붙인 것도 이 조문과 같은 결에서 읽힙니다.
앞의 2007다85973 판결의 사건을 조금 더 보면, 신체감정이 판단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보입니다.
피해자에게는 운동장애·실인증·실행증이 합병되어 있었고, 뇌 손상으로 인한 언어장애와 치매·정서장애, 간질발작까지 있어 혼자 두면 위험한 행동을 할 우려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들어 하루 중 수면시간 8시간을 뺀 16시간을 성인 2인이 교대로 개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 사례로 판시사항에 적었습니다. 같은 판결은 후유증으로 여명이 단축된 정도를 판단할 때 신체감정촉탁에 의한 여명 감정결과가 갖는 증명력도 함께 다뤘습니다.
치료의 필요성이든 개호의 필요성이든, 법원의 판단은 구체적인 증상 기록과 그것을 평가한 감정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보입니다.
2018다257958 판결의 반대의견은 확인의 이익을 판단할 때 확인의 이익의 공적인 기능과 소극적 확인의 소가 채권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모든 계약 관계에서 다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채무자가 소극적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수의견이 판결이 되었지만, 같은 사건을 두고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소송을 먼저 거는 쪽과 당하는 쪽의 무게를 어떻게 달지 의견이 갈렸다는 점은 이 판결을 읽을 때 함께 볼 자리입니다.
소장을 받은 사람에게 이 반대의견이 결론을 바꿔 주지는 않지만, 판결이 어떤 무게를 따져 나온 것인지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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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원고가 누구든 권리를 증명하는 쪽은 권리를 주장하는 쪽입니다. 판결은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도 채권자에게 요건사실의 증명책임을 두었습니다.
둘, 보험사가 먼저 소송을 거는 것 자체는 판결이 인정한 길입니다. 다만 반대의견도 있었다는 점까지 함께 기억하십시오.
셋, 치료 기록은 사고 부위와 치료 내용이 맞게 남아야 합니다. 다툼이 생기면 판단의 재료가 진료기록과 감정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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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치료 기록에는 사고 부위와 치료 내용이 서로 맞게 적혀 있습니까?
내 증권에 어떤 담보가 있는지 먼저 보신 뒤, 보험료는 여러 회사를 나란히 두고 견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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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안내
판례는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판례와 법 조문을 소개하는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보상액 산정이나 합의·청구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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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및 상품별로 상이할 수 있으므로, 관련한 세부사항은 반드시 해당 약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개인 의견 안내
상기 내용은 마이크로프로텍트 보험대리점(보험설계사 권상민)의 의견이며, 계약체결에 따른 이익 또는 손실은 보험계약자 등에게 귀속됩니다.
자료 출처
판례는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대법원 2021. 6. 17. 선고 2018다257958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45259 판결 ·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2428 판결 ·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7861 판결 ·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5632 판결 ·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다41574 판결 ·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73 판결 · 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다255588 판결)에서, 조문은 민법 제168조·제170조와 민사소송법 제271조에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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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프로텍트 보험대리점) 심의필 제2026-WEB-0920-G (2026.09.17 ~ 2027.09.16)